공정 일부라도 멈추면 ‘전량 폐기’…삼성바이오 가처분 항고심, 산업 특수성 반영되나

공정 일부라도 멈추면 ‘전량 폐기’…삼성바이오 가처분 항고심, 산업 특수성 반영되나

노조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 법원 심리 종료
바이오 생산, 연속 시스템…“공정별 분리 판단, 현장과 괴리”
의약품 공급 차질 시 환자 생명권 직결

기사승인 2026-07-12 06:00:03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의 항고심 심리가 최근 마무리됐다. 이번 결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개별 기업의 노사관계를 넘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에서 파업 중에도 유지해야 할 ‘보안작업’의 범위를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 심리가 지난 3일 종료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노동조합법’이 규정한 보안작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다. 보안작업은 쟁의행위 기간에도 원료나 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업무를 말한다. 노동조합법 제38조 제2항은 ‘사용자의 재산권 보호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물적 생산수단의 훼손만큼은 방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하에 도입된 조항이다.

1심 재판부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과 보안작업을 구분해 판단했다. 이미 생산된 의약품 물질을 보관 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일부 마무리 공정은 보안작업으로 인정했지만, 배양과 정제 등 주요 생산공정은 보안작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재판부는 전체 9개 작업 공정 중 배양 및 정제 공정은 제외하고, 원료의약품을 완성하고 보관하는 3개 공정에 대해서만 파업을 제한했다.

항고심에선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연속공정으로 이뤄진다는 산업적 특성이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1심 판단이 실제 생산 현장의 운영 방식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제조업처럼 각각의 공정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 배양부터 정제, 충전까지 모든 단계가 ‘하나의 생산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살아 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배양이 시작된 이후에는 온도와 압력, 영양 공급 등 일정한 조건을 지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공정 중 어느 한 단계라도 중단되면 세포가 사멸하거나 단백질이 변질돼 배양액 전체를 폐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생산공정과 원료 보호 업무를 현실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생산 과정 자체가 원료의 변질과 폐기를 막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만큼, 해당 업무가 생산공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안작업에서 제외될 경우 바이오산업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15일 주주행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제기됐다. 강승훈 인하대 바이오제약공학과 교수는 “공정 도중 관리가 중단되거나 적절한 제어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품질 바이오의약품이 생산될 수 있다”며 “현재의 품질관리 체계나 분석법으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미래에는 예상치 못한 품질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법원 판단이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암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등 중증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배양이나 정제 공정이 중단돼 생산 중인 원료를 폐기하게 되면 기업의 물질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의약품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과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쟁의행위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원료 보호와 의약품 공급에 필요한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공정의 연속성과 중단에 따른 손실 가능성, 환자 치료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각각의 공정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단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된 연속공정”이라며 “실제 생산 현장과 의약품 공급에 미칠 영향을 기준으로 산업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