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는 왜 살아남고 왜 죽을까…연세의대, 유전자 조절 원리 규명

세포는 왜 살아남고 왜 죽을까…연세의대, 유전자 조절 원리 규명

기사승인 2026-07-10 15:20:56
김형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왼쪽), 주정식 연세의생명연구원 조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제공
김형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왼쪽), 주정식 연세의생명연구원 조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제공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살아남을지, 스스로 죽을지를 결정하는 유전자 조절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연구진은 세포의 생존과 사멸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했으며, 향후 암과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치료 전략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형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열대의학교실 교수와 주정식 연세의생명연구원 조교 연구팀은 세포 스트레스 반응의 핵심 조절 단백질인 ‘ATF4’와 ‘CHOP’이 유전자 조절 부위인 인핸서(enhancer)를 활성화하고, 인핸서와 유전자 사이의 입체적인 연결을 형성해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세포는 영양 부족이나 염증, 독성물질 등 다양한 원인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단백질을 만들고 정리하는 기관인 소포체에 이상이 생기면 제대로 접히지 않은 단백질이 쌓이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세포는 초기에는 손상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방어 체계를 가동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되면 스스로 죽는 세포 사멸 과정을 선택한다. 이러한 반응은 암과 당뇨병, 퇴행성 뇌질환, 간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은 소포체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지만, 어떤 유전자가 세포 생존을 돕고 어떤 유전자가 사멸을 유도하는지, 또 세포가 서로 다른 운명을 선택하도록 유전자들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발현뿐 아니라 유전자 조절 부위의 활성과 스트레스 반응 단백질의 결합, 핵 안에서 형성되는 유전자와 인핸서 사이의 3차원 연결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인핸서가 활성화되고 유전자와의 연결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ATF4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전자 조절 스위치를 활성화하고 유전자와 연결을 형성하는 중심 역할을 담당했으며, CHOP은 이 가운데 세포 사멸과 관련된 유전자가 더욱 강하게 작동하도록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포 생존에 필요한 일부 유전자는 CHOP이 없어도 ATF4만으로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또 유전자 조절 스위치를 직접 억제하는 실험과 세포핵 내부에서 유전자와 인핸서의 거리를 측정하는 영상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입체적 연결이 실제 유전자 작동에 필수적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김형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같은 스트레스 신호를 받더라도 세포가 왜 서로 다른 운명을 선택하는지를 유전체의 입체 구조 관점에서 설명한 연구”라며 “세포를 보호해야 하는 질환에서는 생존 반응을 강화하고, 반대로 암처럼 제거해야 하는 세포에서는 사멸 반응을 촉진하는 치료 전략 개발의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s.com
이찬종 기자